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심리치유에세이1화

카테고리 없음

by 늘파란바다 2026. 9. 4. 07:22

본문

무너짐과 다시 일어섬. 1화 | 도움받은 사람이 누군가를 돕기 시작했을 때, 작은 나눔이 삶에 남긴 것 도움받은 기억이 빚처럼 남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눔은 서둘러 갚는 일이 아니라, 내 생활을 지키며 다음 사람에게 조용히 이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 어느 날 지적장애인 시설에 소량의 쌀을 보냈다. 많은 양은 아니었다. 생활에 여유가 생겨서 시작한 일도 아니었다. 치료비와 생활비를 계산해야 했고, 아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돈을 먼저 남겨야 했다. 내 형편에서 무리하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만큼이었다. 쌀을 보낸다고 내가 받은 도움이 모두 갚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아들을 돌봐주신 시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어준 의료진과 지역사회의 도움, 생활을 지탱해 준 복지제도와 돌봄은 돈으로 정확히 계산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작은 나눔을 시작한 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나는 도움만 받는 사람으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군가의 하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 다시 일어선 것이 아니었다. 사고와 장애, 이혼과 알코올 문제를 지나며 한동안 나는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움받는 일은 부끄러웠다. 누군가에게 기대야 하는 현실을 볼 때마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다시 아들을 돌보고, 술을 멀리하며, 공부와 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의지만으로 만든 결과가 아니었다. 부모님의 돌봄과 의료진의 치료, 복지제도와 주변의 도움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움을 인정한다고 내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받은 도움을 빨리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도움받았으니 무엇이든 빨리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내가 받은 것을 갚지 못하면 계속 빚진 사람으로 남는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뒤 큰돈을 기부하거나, 몸을 아끼지 않고 오랜 시간 봉사해야 비로소 떳떳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준은 과거에 나를 몰아붙이던 방식과 닮아 있었다. 예전에는 쉬지 않고 일해서 성과를 내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이제는 많이 주고 오래 봉사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평가하려 했다. 방향만 달라졌을 뿐, 또다시 몸과 생활을 증명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눔까지 자기 처벌이 되어서는 안 됐다. 내가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치료와 단주, 아들의 생활과 우리 집의 생계였다. 그것을 무너뜨리면서 하는 기부나 봉사는 오래 이어갈 수도 없고, 가족에게 또 다른 부담을 남길 수 있었다. 나눔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지만 내 마음에도 변화를 주었다. 한동안 나는 사회의 도움을 소비하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보니 나 역시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생겼다. 과거의 직업이나 소득만으로 나의 쓸모를 판단하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봉사가 우울과 중독, 깊은 죄책감을 치료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신적으로 무너졌던 시기에는 의료진의 치료와 약물 복용, 안전을 위한 생활 계획이 먼저 필요했다. 생계가 급하거나 몸을 돌보기 어려운 사람에게 봉사를 권하는 것은 오히려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나눔은 회복의 의무가 아니다. 도움받았다고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할 빚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치료받고 쉬며 자신의 생활을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기가 있다. 무리하지 않고 나눔을 이어가기 위한 다섯 가지 기준 작은 나눔을 시작하고 싶다면 좋은 마음보다 먼저 자신의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 생활의 안전을 먼저 지키는가. 치료비, 주거비, 식비와 돌봄비를 줄여 기부할 필요는 없다. 나와 가족의 기본 생활을 지키는 일도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책임이다. 한 번의 열정보다 반복할 수 있는 크기인가. 큰 금액이나 긴 시간을 약속하기보다,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는 범위를 정하는 편이 낫다. 한 달에 한 번이 어렵다면 일 년에 한 번도 괜찮고, 정기적인 참여가 어렵다면 가능한 날의 단기 활동을 찾을 수 있다. 상대에게 실제로 필요한 도움인지 확인했는가. 내가 주고 싶은 물건과 기관이나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 물품을 보내거나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 해당 기관에 필요한 품목, 수량, 방법과 주의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도움은 갚아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도움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사이에 분명한 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도움받는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여유 있고 완성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빨리 성공해서 받는 쪽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나누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치료와 가족의 도움, 사회제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소량의 쌀을 나누고, 내 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도움받는 나와 도움을 보태는 나는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다. 작은 나눔이 내 삶의 모든 상처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과거의 잘못을 지워주지도 않았고, 경제적인 형편이나 장애를 바꾸어 주지도 않았다. 대신 내가 공동체 밖으로 밀려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고, 또 가능한 날에는 다른 사람의 생활에 조금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받은 도움을 모두 갚아야만 떳떳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 생활을 먼저 지키고, 상대의 필요와 존엄을 살피며,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연결을 이어가는 것. 지금의 나에게 나눔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크게 시작하지 않았다. 다시 내가 받은 도움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빚을 갚듯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날에 다음 사람에게 조용히 이어주는 일이었다. 오늘의 작은 실천 이번 주에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한 가지를 적고, 내 생활을 해치지 않는 범위인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도움받은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다음 사람에게 이어주고 싶나요? 다음 편 예고 | 2화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느리게 걷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