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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와 군대에서, 자신감을 찾고 잃으며

심리치유에세이(다시 시작하는삶의 기록)

by 늘파란바다 2026. 9. 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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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원서를 쓸 때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동아대학교 법학과 사이에서 오래 고민했다. 사람을 돕는 일에 관심이 있었지만 결국 법학을 택했다. 당시 동아대 법학과는 부산에서 명성이 높았고 사법시험 합격자도 여러 명 배출하던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고등학교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보다 어디에 들어가야 다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더 크게 생각했던 선택이었다. 사회복지에 관심이 없어서 그 길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뒤로 미뤘다. 지금 돌아보면 자신감이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이름이나 성과가 나를 다시 세워 줄 것처럼 생각한 면이 있었다. 법학과에 들어간 선택도 그런 마음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시의 결정을 후회한다는 한마디로 덮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무엇에 끌렸고 무엇을 미루었는지는 솔직하게 적어 두고 싶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부산에 살던 둘째 누나와 지냈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수업이 없는 시간이 많았고 내 하루를 통제하지 않았다. 술과 담배를 시작했고 매일 술을 마셨다. 당시의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시위와 노동가요를 접했다. 매주 광안리에 가서 밤새 노래하고 마시기도 했다. 자유로운 시간이 생겼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저절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군 복무는 울릉도에서 방위로 할 수 있었지만 가기로 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었다. 나를 다른 환경에 놓으면 달라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막상 입대가 가까워지자 두려움이 컸다. 입대 전날에는 포항고 친구들과 광안리에서 술을 마셨다. 내가 결정한 일이라고 해서 망설임이나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뀌고 싶은 마음과 낯선 생활을 앞둔 걱정을 함께 안고 입대했다.
6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31사단에 배치되었다. 처음에는 적응 속도가 느렸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는 모임의 사회를 보고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한 번에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을 해 볼 수는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신을 바꾸는 일이 반드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일만은 아닌 듯하다. 낯선 곳에 적응하고 맡은 일을 해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알아 가기도 한다. 군 생활 중 한 소위가 병사를 심하게 때리고 괴롭히는 모습을 보았다. 분노를 참지 못해 그 장교에게 폭력을 썼고 중대 차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 일을 용감했던 기억으로 적을 수는 없다. 병사가 괴롭힘당하는 데 화가 났다는 것과 내가 폭력을 사용한 행동이 정당한지는 다른 문제다. 당시의 감정만으로 내 행동을 설명하면 내가 한 일의 책임이 빠진다. 그 장면은 군 생활의 성과와 함께 반드시 돌아봐야 할 잘못으로 남아 있다. 제대 한 뒤 비슷한 일로 병사가 갇혔다는 방송을 보았다. 그제야 내 행동이 얼마나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실감했다. 당시에는 눈앞의 분노에 사로잡혀 그 뒤에 생길 일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뒤의 깨달음이 당시의 행동을 없애 주지는 않기에 그 일을 그대로 적는다. 분대장 교육에도 참여했다. 2군 지역에서 온 약 백 명의 교육생과 함께 훈련받았고 가며 모든 과정에 집중했다. 그 결과 2군 최우수 분대장상을 받았다. 고등학교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다시 얻는 기분이었다. 노력한 뒤 인정받는 경험은 분명 힘이 되었다. 군 생활 전체가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내가 해낸 일도 있었다. 잘못한 일과 성취한 일을 각각 기억해야 어느 한쪽으로만 나를 설명하지 않을 수 있다. 27개월을 복무하고 여름 무렵 제대했다. 부모님은 이미 울릉도를 떠나 부산 사상구 모라동으로 이주해 계셨다. 제대 직후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법학과 학생으로서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했고 1년 동안 하루 대부분을 공부에 쏟았다. 군대에서 해냈던 경험을 공부에서도 이어 가고 싶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은 데에는 시험에 대한 뜻과 함께, 노력하면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공부할수록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1차 시험만 통과하려 해도 익혀야 할 내용이 방대했다. 준비가 몇 해나 이어질지 알 수 없었고 그 시간을 버틸 자신도 없었다. 결국 사법시험을 포기했다. 그때는 내가 실패했다는 생각만 들었고 얻었던 자신감도 다시 흔들렸다. 공부를 그만두기로 한 판단과 나에 대한 평가가 한꺼번에 내려졌다. 한 시험을 계속하지 못한 일을 내 삶 전체의 실패처럼 받아들였다. 대학 생활로 돌아온 뒤에는 술을 많이 마셨다. 졸업할 때까지 학점만 겨우 채우며 지냈다. 목표를 잃은 마음을 술로 잊으려 했던 것 같다. 지금 그 시간을 돌아보면 무엇을 해냈을 때만 나를 인정하던 태도가 보인다. 상을 받았을 때의 나도, 시험을 포기한 뒤의 나도 같은 사람인데 나는 두 모습을 함께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준비에 쏟은 1년이 합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시간을 살았던 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결과를 얻지 못한 자신에게 남겨 줄 말이 별로 없었다. 법학과와 군대를 거치며 자신감은 몇 번이나 달라졌다. 남의 평가가 바뀔 때마다 흔들리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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