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보낸 2년은 내게 어두운 시간으로 남아 있다. 어렵게 취업했고 안정된 직장이었지만 그 안에서 지내는 하루는 편하지 않았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마음도 안정될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취업을 준비하며 합격을 기대했다. 그러나 입사할 수 있는지와 그곳의 생활을 감당하며 살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그 차이를 충분히 생각하기 전에 나는 먼저 취업이라는 결과를 향해 움직였다. 졸업을 앞둔 상반기에는 삼성그룹에 지원했다. 서울에서 새벽 6시부터 약 열두 시간 동안 입사 시험과 면접을 치렀다. 마지막 결과만 남겨 두고 있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종 합격하지는 못했다. 선배에게 부산 지원자 가운데 내 점수가 가장 높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알 수 없었다.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다음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합격 여부가 가장 크게 보였다. 사법시험을 포기한 뒤 졸업할 때까지 학점만 겨우 채우며 지냈던 내게, 회사에 들어가는 일은 다음 생활을 시작할 기회였다. 시험과 면접에 긴 시간을 쏟았지만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졸업 뒤에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관한 질문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떤 회사에 합격했는지가 중요해 보이던 때였지만, 그다음에는 실제로 그곳에 출근하며 하루를 살아야 했다. 당시의 나는 그 하루보다 우선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데 마음을 더 두었던 것 같다. 하반기에는 한진그룹 금융 계열사 시험에 합격했다. 입사 후 약 1년 동안 서울 여의도에서 교육받았고, 이후 부산에서 약 1년을 근무했다. 대학을 마치고 회사원이 되어 서울과 부산에서 지낸 시간이었다. 안정된 직장에 들어갔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한고비를 넘은 셈이었다. 이제는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맡은 몫을 해내야 했다. 하지만 막상 반복되는 회사의 하루에 들어가자 느끼는 어려움이 따로 있었다. 새벽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했다. 비슷한 업무가 반복되었고 시간표는 내게 감옥처럼 느껴졌다. 회사 안의 규칙에 맞춰 비슷한 업무를 되풀이하는 하루가 답답했다. 입사할 때 얻고 싶었던 안정 속에서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보이는 안정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말만으로는 출근한 뒤 내가 보내던 긴 시간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나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회사를 나오자 홀가분했다. 당시에는 벗어나는 일이 먼저였고 그다음 생활을 어떻게 꾸릴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괴로운 곳을 떠나면 다른 일이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처럼 여긴 면도 있었던 듯하다. 지금은 그 선택에 담긴 해방감과 준비의 부족을 함께 본다. 홀가분했던 감정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이후의 생활까지 마련되는 것은 아니었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때의 내게 회사 생활은 실제로 힘들었다. 다만 그만두기로 한 결정과 그 뒤를 준비하는 일은 별도로 필요했다. 나는 앞의 결정은 내렸지만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았다. 지나간 퇴사는 옳다거나 틀렸다고 판정하기보다, 당시 내가 생각한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살펴보게 된다. 내 생각은 회사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 먼저 가 있었고 그 이후는 분명하지 않았다. 3개월가량 쉬던 중 대학의 가까운 친구가 함께 음식점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친구와 함께 고깃집을 열었고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기대가 컸다. 이제는 회사가 정한 일정에 따르는 대신 직접 가게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다만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기대와 그 일을 운영할 준비가 충분하다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었다. 가게는 오래가지 못했다. 준비와 경험이 부족했고 단순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만에 문을 닫았다. 친구와 뜻을 모아 가게를 시작하는 일과 그 가게를 계속 운영하는 일은 달랐다. 문을 연 뒤에도 내게는 더 배워야 할 일이 많았다. 가까운 친구와 뜻을 모았다고 해서 장사에 필요한 판단까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가게를 연 뒤에야 드러난 부족함을 결국 감당하지 못했다. 첫 사업을 돌아보며 기대가 컸던 마음까지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그 기대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준비를 대신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억을 고쳐 쓸 수는 없다. 회사에서 일한 경험은 있었어도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은 부족했다. 이전 일을 해냈다는 자신감이 다른 업종의 일을 곧바로 아는 능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을 닫았다는 짧은 문장 뒤에는 내가 아직 배우지 않은 일이 많았다는 사실이 남았다. 가게를 정리한 뒤에도 외식업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요리를 제대로 배워 보기로 했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을 따고 울산의 뷔페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음식점을 열었던 사람이 이제 음식을 배우는 자리로 들어간 것이다. 회사에서 나올 때는 다음에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배울 일이 분명했다. 자격을 갖추고 실제 식당에서 일하는 과정은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내 손으로 익혀 가는 시작이었다. 이 선택으로 모든 어려움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전보다 구체적이었다. 가게를 갖는 데 먼저 마음을 두었던 나는 그 가게에서 내놓을 음식을 만드는 일부터 배워야 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말은 그때 내게 배우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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