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과 다시 일어섬. 11화 |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생활로 돌아오는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흔들린 뒤 생활로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켰습니다. 오늘 꺼내는 이유 나는 회복한 사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술을 끊고 치료받으며 생활이 조금 안정되면 불안도 사라지고, 통증이 심한 날에도 계획한 일을 꾸준히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떤 날에는 아침부터 통증이 심했고, 전날까지 지키던 생활의 순서가 어렵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며칠 동안 이어온 생활보다 오늘 놓친 일만 크게 보였다. 회복이 흔들렸다는 사실을 실패로 받아들이자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 번 흔들렸다고 그동안 배운 것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치료 기관에 연락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몸이 아플 때 일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회복을 직선으로 생각했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매일 조금씩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편안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야 제대로 회복하고 있다고 믿었다. 불안이 다시 나타나거나 생활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치료가 효과 없는 것처럼 느꼈다. 이 기준에는 내려가는 날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통증이 심해 걷기를 쉬면 의지가 약해진 것 같았다. 계획한 집안일을 미루면 다시 무기력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이전의 위험한 생활로 돌아갈까 두려웠다. 하지만 만성 통증과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하루는 언제나 같은 상태로 반복되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긴 날, 아들의 일로 걱정이 커진 날에는 몸과 마음이 더 쉽게 지칠 수 있었다. 생활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 변화를 모두 실패라고 부르면 현재 상태에 맞는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 힘든 하루가 나를 출발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생활이 흔들리는 날에는 이전에 해온 모든 노력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식사를 한 번 거르거나 계획한 활동을 하지 못하면 “역시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어려움을 삶 전체의 실패로 확대했다. 그러나 나는 예전과 완전히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 힘든 상태를 숨기지 않고 의료진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약을 임의로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과, 통증이 심할 때 무리하지 않고 활동을 조절하는 방법도 배웠다. 아들과의 생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도 조금 더 알게 됐다. 완벽한 하루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얼굴을 보고 말을 듣고, 필요한 식사와 돌봄을 이어가는 평범한 행동이 관계를 지킨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한 번의 힘든 날은 그 경험을 지우지 못했다. 흔들리기 전의 신호를 살펴보았다. 생활은 아무런 신호 없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나간 날을 차분히 살펴보면 작은 변화가 먼저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잠과 식사가 달라지고, 진료나 연락을 미루며, 사람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있었다. “이 정도는 혼자 참아야 한다”라거나 “한 번 놓쳤으니 모두 소용없다”라는 생각이 반복되기도 했다. 몸에서는 통증과 피로가 평소보다 심해질 수 있었다. NHS 안내는 힘든 시기 전에 나타나는 신호를 생각·감정·행동·신체 감각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분류는 스스로 진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지는 시점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기 위한 도구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사용할 수 있었다. 생활로 돌아오는 여섯 가지 순서 통증과 불안으로 하루가 흔들릴 때 나는 다음 순서로 다시 시작한다. 하루의 흔들림을 인생 전체의 실패로 확대하지 않기.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라고 단정하기보다 오늘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구체적으로 적는다. 힘든 하루와 지금까지 이어온 회복 전체를 구분한다. 가장 먼저 안전을 확인하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음주 욕구나 위험한 행동의 가능성이 커졌는지 살핀다. 안전이 흔들린다면 생활 계획보다 의료진, 위기 상담 기관과 응급 기관에 연결되는 것이 우선이다. 돌아올 행동 한 가지만 선택하기. 밀린 일을 모두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현재의 건강 상태에 맞춰 식사, 처방 확인, 진료 연락처럼 안전과 치료에 가까운 행동 한 가지부터 시작한다. 만회하려고 몸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기. 쉬었던 운동과 미룬 일을 한꺼번에 해내려 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는 일도 회복의 일부였다 생활이 흔들리면 나는 그동안 잘해온 날보다 놓친 하루를 먼저 보았다. 회복한 사람이라면 불안하지 않아야 하고, 통증에도 계획을 지켜야 하며, 언제나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준을 지키려 할수록 현재 상태를 숨기게 됐다.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회복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회복은 어려움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 상태만을 뜻하지 않았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전의 위험한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고, 치료와 사람, 기본적인 생활을 다시 선택하는 과정도 회복이었다. 어떤 날에는 식사 한 번이 돌아오는 행동이 됐다. 어떤 날에는 진료 기관에 연락하거나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시작이었다. 몸이 아픈 날에는 계획을 줄이고 안전하게 쉬는 것이 다음 날로 돌아오는 방법이었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대신 흔들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생활로 돌아오는 방법을 조금씩 배웠다. 그것도 내가 달라졌다는 증거였다. 미뤄도 되는 일은 남겨두었다. 흔들린 뒤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현실적인 회복의 힘이 되었다. ※이 글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치료·복약·양육·복지 이용은 의료진과 관계 기관의 최신 안내를 우선해 주세요. 오늘의 작은 실천 흔들릴 때 돌아갈 생활의 기준 세 가지를 짧게 적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두세요. 당신에게 묻습니다. 흔들린 뒤 다시 돌아오게 해 주는 당신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다음 편 예고 | 12화 아들을 다시 데려온 뒤, 사랑보다 먼저 필요했던 것 #회복이 흔들릴 때 #일상 회복 #정신건강 회복 #회복 과정 #완벽주의 #도움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