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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줄어든 뒤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심리치유에세이(다시 시작하는삶의 기록)

by 늘파란바다 2026. 9. 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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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일할 방법을 찾은 것은 아들을 돌볼 시간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생활을 하기 어려웠고 이전 같지 않았다. 일의 이름보다 생활에 맞는지가 먼저였다.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만 보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의 일정과 내 몸의 상태를 함께 고려하면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법학을 공부한 경험과 법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소개와 연결에 가까운 일을 하며 소득을 얻기도 했다. 한때는 사법시험을 포기한 일을 실패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험 준비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공부한 시간과 관심까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전의 경험을 살폈다. 지난 경력을 큰 이름으로 내세우기보다 어떤 부분을 실제 일에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유튜브 영상 편집도 오래 공부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계속 배우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고 얻었다. 법학을 공부하고 주방과 조선소에서 일했던 사람이 새로운 분야를 배우게 된 것이다. 익숙한 일에서 벗어날 때마다 다시 초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다. 그렇다고 이미 해 본 일만 고집할 수도 없었다. 달라진 생활을 이어가려면 손에 익은 기술만큼 새로 배울 수 있는 여지도 필요했다. 처음부터 익숙했던 일은 이전에도 없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조선소에서 업무를 배우던 시간을 생각하면,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 낯선 일만은 아니었다. 조선소에서 쌓은 경험으로 자문 역할도 했다. 현장에서 몸을 써서 일하던 방식은 이어가기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배운 것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 업무를 익히고 사람들을 이끌며 작업을 살폈던 시간이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 조선소를 떠난 뒤에는 그곳에서 보낸 세월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낀 적이 있었다. 이제는 그 경험 가운데 현재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쓰게 되었다. 여러 일을 한다고 수입이 많아진 것은 아니었다. 수입은 많지 않았고 일정하지도 않았다.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음 달이 걱정되었다.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에는 수입을 미리 확정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따라왔다. 아들의 일정에 맞출 수 있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선택한 방식의 편리한 점과 불안한 점을 함께 받아들여야 했다. 들어오는 돈을 늘리려고 애쓰는 한편 지출부터 다시 살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전의 씀씀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었다. 나는 장애가 있어 이동이 불편했지만 처분하고 걸어 다녔다. 자동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을 몰라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불편을 줄이는 데 쓰는 돈과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다. 내 형편에 맞춘 선택이었기에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외식은 거의 끊었고 썼다. 술과 담배에 쓰던 돈도 더는 들지 않았다. 예전에는 돈을 벌면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웠다. 지출을 기록하고 나서는 얼마를 벌었는지만으로 생활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 남는 돈이 없는 이유를 막연히 수입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실제로 어디에 쓰고 있는지 살펴야 했다. 기록한다고 형편이 곧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생활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조선소에서 많이 벌 때에는 들어오는 만큼 자유롭게 썼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수입은 줄었다. 그런데 이전보다 적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었고 조금씩 저축도 했다. 많이 벌던 시절의 나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일이다. 나는 벌어 오는 금액으로 책임의 크기를 가늠하곤 했다. 이제는 수입과 지출, 아이와 보내는 시간까지 함께 보아야 했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만 늘고 다른 생활이 무너지면 그것을 안정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조금씩 저축한다는 사실이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이 줄어드는 달에 대한 불안은 남아 있었다. 저축은 그 불안을 모두 없애기보다 다음 생활을 생각하며 돈을 남겨 두는 일이었다. 내게는 큰 재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보다, 적은 수입 안에서도 오늘 쓸 돈과 나중에 쓸 돈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더 가깝다. 작게라도 남겨 놓으려면 지금의 지출을 계속 살펴야 했다. 많이 벌던 때의 씀씀이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줄어든 수입이 더 초라했을 것이다. 지금의 생활을 기준으로 삼으니 남길 수 있는 돈도 보였다. 내가 했던 일을 하나의 성공담으로 묶으면 실제 생활과 멀어진다. 영상 편집을 배우고 자문하며 수입을 얻었지만. 자동차를 처분하고 외식을 줄였다고 모든 불편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 대신 아들의 일정에 맞춰 일할 여지를 얻었고, 줄어든 수입으로 생활을 꾸리는 방법을 찾았다. 무엇을 더 얻었는지만큼 어떤 불편을 감당하게 되었는지도 기억해야 내가 한 선택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돈을 적게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아들과 살아갈 형편을 내가 알고 있어야 했다. 이전에 얼마를 벌었는지를 떠올리며 현재를 초라하게 여기기보다 지금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보아야 했다. 수입은 여전히 일정하지 않다. 그래도 배운 것을 일에 쓰고, 필요한 만큼 지출을 살피고, 조금씩 남겨 두는 생활이 이어졌다. 내게 맞는 일과 씀씀이를 찾는 과정은 그렇게 두 사람의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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