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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궁금한 심리학 이야기 2편. 사랑 — 헤어진 뒤에야 배운 용서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by 늘파란바다 2026. 9.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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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 운영하던 음식점에서 아내가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가게 문을 닫고 친정으로 찾아갔다. 갑자기 불안해져 그곳으로 왔다는 설명을 들었다. 여러 번 설득해 함께 집으로 돌아왔지만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당시에는 함께 사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던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결혼 재촉이 이어지던 때, 중학교 친구가 한 여성을 소개했다. 그녀는 말수가 적고 내 이야기에 호응을 잘해 주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착한 인상을 받았다. 경제력 때문에 만남에 어려움을 겪었던 나에게 그녀의 반응은 다르게 다가왔다. 결혼 후에는 부모님의 걱정도 덜고, 아내와 서로 대화가 통하는 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바랐다. 나에게는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출발처럼 느껴졌다.

울릉도에서 다섯 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악착같이 살아오셨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겪은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사정도 이해한다. 당시에는 어머니와 달라 보이는 조용한 사람에게 끌렸다. 돌아보면 나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에 내가 바라던 가정의 모습을 함께 담고 있었던 것 같다. 첫인상에서 느낀 호감과 오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얼마나 다를까. 지금도 그 질문을 품고 지난 관계를 돌아본다.

결혼 전 아내가 정신과에 다닌다는 사실은 알았다. 병원에도 함께 갔지만 진료실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조현병이라는 병명은 결혼생활 중에야 알게 됐다. 환청과 자살 시도를 겪는 아내를 보며, 이전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고 처음의 조용한 모습이나 호응이 모두 병이나 약 때문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음식점 장사까지 어려워지자 가게를 정리하고 경남 고성의 조선소에 취업했다. 아내도 다른 곳에 가면 잘해 보겠다고 했다. 경제적인 형편은 안정됐지만, 일하는 중에도 너무 힘들다는 전화가 왔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내 인내심은 바닥났고 화를 많이 냈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부부를 바랐던 나는, 어느 순간 남편보다 아내의 아버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턴버그는 사랑을 친밀감, 열정, 결정과 헌신이라는 세 측면으로 설명했다. 친밀감은 가깝게 연결된 느낌, 열정은 강한 끌림, 결정과 헌신은 사랑을 인정하고 이어가려는 선택을 뜻한다. 관계를 돌아보는 하나의 틀이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 (https://pzacad.pitzer.edu/~dmoore/psych199/1986_sternberg_trianglelove.pdf)

이 틀로 내 경험을 돌아보면, 생활을 책임지려는 노력과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경험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일정한 월급을 가져오는 일은 중요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아내의 불안과 내 지친 마음이 함께 해결되지는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애쓰는 동안, 나 역시 이해받고 싶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96쌍의 부부가 42일간 일상을 기록한 연구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상대에게 이해와 돌봄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친밀감과 관련됐다. 이는 대화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 연구를 통해 그때 서로의 어려움을 어떻게 듣고 받아들였는지 돌아본다. "부부의 친밀감 연구" (https://www.affective-science.org/pubs/2005/Laurenceauetal2005.pdf)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아이를 갖기로 했다. 아내의 정신적인 어려움이 나아지고 나도 책임감이 커질 것이라 기대했다. 출산 뒤 아내의 자살 시도가 사라졌고, 나도 많은 행복을 느꼈다. 다만 그 경험만으로 출산이 질환을 치료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조현병에 약물치료와 가족 개입, 심리사회적 지원 등 효과적인 돌봄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WHO 조현병 안내"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schizophrenia)

우리에게는 양육 문제와 나의 알코올 의존, 사고로 인한 수술, 경제적 고립이 겹쳤다. 결국 결혼생활은 끝났다. 이혼의 이유를 돌아볼 때 내 문제도 함께 보아야 했다. 내가 화를 냈던 일과 술에 의존했던 시간 역시 우리 관계의 일부였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당시 우리가 겪은 일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려 할수록, 각자의 어려움과 생활의 무게를 놓치게 된다고 느낀다.

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며 나는 정신분석을 통해 지난 경험과 마음을 돌아보았다. 지친 나 자신을 용서하게 됐고, 전처도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겪은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상대의 삶을 한 가지 모습으로 정리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내게 사랑은 헤어진 뒤에도 함께한 시간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이다. 내가 말하는 용서는 다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약속이 아니다. 상처를 인정하면서도 그 시간 속의 나와 상대를 미움만으로 바라보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이것은 내 경험에서 얻은 뜻이며, 누구에게나 같은 용서를 요구하고 싶지는 않다.

사랑을 돌아볼 때 이제는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만 묻지 않으려 한다. 서로의 말을 들을 여유가 있었는지,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알렸는지도 생각한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일까지 사랑의 책임에 포함하고 싶다. 지금 관계로 힘들다면 최근 대화 한 번을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나는 어떤 도움을 원했는지, 상대에게 그것을 말했는지, 상대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기에 계속 배워가려 한다.

비슷한 아픔을 겪는 분에게 전하고 싶다.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살아가다 보면 길이 보일 수 있다. 나에게는 아이를 키우고 지난 시간을 이해하는 과정이 그 길이었다. 사랑의 끝에서, 나는 나와 전처를 용서하며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참고자료

1. Sternberg, R. J. (1986). A triangular theory of love. Psychological Review, 93(2), 119–135. 사랑의 세 구성 요소에 관한 원 논문. "논문 원문" (https://pzacad.pitzer.edu/~dmoore/psych199/1986_sternberg_trianglelove.pdf)
2. Laurenceau, J.-P., Barrett, L. F., & Rovine, M. J. (2005). The interpersonal process model of intimacy in marriage: A daily-diary and multilevel modeling approach.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19(2), 314–323. 96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한 42일간의 일지 연구. "논문 원문" (https://www.affective-science.org/pubs/2005/Laurenceauetal2005.pdf)
3. 세계보건기구(WHO). Schizophrenia. 조현병의 치료와 지원 방법에 관한 공식 안내. "WHO 자료"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schizophre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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