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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옵세션 후기 공포영화를 싫어하던 내가 공포를 즐기기까지

책 영화 공연으로 마음 읽기

by 늘파란바다 2026. 9. 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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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 공포영화를 싫어하던 내가 공포를 즐기기까지

오늘은 지인과 함께 CGV에서 영화 〈오프셋이여〉을 보았다.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예전과 참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한때 내가 가장 싫어하던 영화가 공포영화였기 때문이다. 무서운 장면을 굳이 찾아보고 싶지 않았고, 영화를 보면서까지 긴장해야 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공포와 스릴러, 공포 영화를 제법 즐겨 본다. 예전 같으면 피했을 작품을 이제는 직접 선택하고 있다.

내게 공포영화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오락이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화면 속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을 차지하던 생각도 잠시 뒤로 물러난다. 무서워서 긴장하는데도 이상하게 현실의 걱정에서는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다. 오늘 본 〈옵세션〉 역시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이 영화는 짝사랑하던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에서 시작한다. 베는 니케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진 뒤에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황을 마주한다.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이 오히려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이야기가 된다. 줄거리만 들으면 낭만적인 상상처럼 보이지만,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관계는 점점 기이하고 섬뜩해진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엽기적인 그녀〉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차태현과 전지현이 주연한 그 영화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그녀의 행동과 그것을 받아내는 남자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옵세션〉을 보면서도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남자는 그 상황에 당황하며 끌려다니는 구도가 겹쳐 보였다.

물론 같은 분위기의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웃으며 넘겼을 법한 당혹감이 이 작품에서는 훨씬 극단적인 공포로 다가왔다. 내 눈에는 니케의 행동이 점점 위험하고 기괴하게 보였다. 외모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저런 행동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사랑받기를 원했던 남자가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관람하는 동안 무섭다는 감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과 ‘이 정도면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함께 들었다. 내가 떠올린 ‘엽기적인 그녀의 끝판왕’이라는 표현에는 그런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다. 익숙한 연애 영화의 모습을 떠올렸다가도 이내 공포영화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관람에서 영화 내용만큼 생각하게 된 것은 내 마음의 변화였다. 나는 예전에 조선소에서 근무할 당시 심리적으로 항상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공포영화를 보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이미 마음속에 긴장이 쌓여 있는데, 영화 속 무서운 상황까지 더해지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도 내게는 즐거움보다 부담이 컸다.

현실에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지낼 때는 영화 속 공포와 적당한 거리를 두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저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몸과 마음은 긴장했다. 편안해지려고 영화를 보는 데 오히려 더 불편해진다면 굳이 볼 이유가 없었다. 당시의 내가 공포영화를 싫어했던 것은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지금은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같은 장르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졌다. 무서운 장면은 여전히 무섭지만, 그 자극을 오락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긴장감이 곧바로 현실의 불안으로 이어지기보다 영화 안에서 경험하는 재미로 남는다. 예전에는 나를 지치게 했던 것이 지금은 잠시 기분을 전환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공포영화의 매력은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의 불안과 달리,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는 공포라는 점이다. 현실의 걱정은 언제 끝날지 알기 어렵다. 내가 노력한다고 바로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고 끝이 있다. 화면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나는 관객의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작은 안도감을 준다.

감당하기 힘들면 잠시 시선을 돌릴 수 있고, 영화가 끝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게는 이런 점이 일종의 심리적 완충장치처럼 느껴진다. 막연하게 떠다니던 긴장이 영화 속 구체적인 상황으로 옮겨가면서 잠시 현실의 생각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공포를 즐긴다는 말이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지금의 내가 느끼는 변화다. 공포영화가 언제나 즐거운 것도,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 역시 마음이 불안했던 시기에는 정반대로 느꼈다. 그래서 취향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그 자극을 받아들일 만큼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 더 반갑다.

오늘의 〈옵세션〉 관람은 기괴한 사랑 이야기를 보며 긴장하고, 엉뚱하게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기도 한 시간이었다. 동시에 공포영화를 싫어하던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같은 공포 앞에서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 이제는 그 무서움을 하나의 재미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오늘 영화관에서 발견한 작지만 반가운 변화다.

블로그 글 마지막에 아래 내용을 붙이시면 됩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씨네21 — 〈옵세션〉 상세 정보
영화 기본 정보, 출연진 및 줄거리 참고
Focus Features — 〈Obsession〉 공식 소개
작품의 설정과 감독·출연진 정보 참고
※ 조선소 근무 당시의 불안, 공포영화를 즐기게 된 변화, 〈엽기적인 그녀〉와의 비교는 직접 관람 후 작성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입니다. 공포영화가 ‘심리적 완충장치’처럼 느껴진다는 표현 역시 개인적 해석이며,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 효과를 뜻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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