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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를 달고 살던 지체장애인, 생애 첫 10km 마라톤에 신청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루틴

by 늘파란바다 2026. 9. 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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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를 제출하고 참가비 2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짧은 절차였지만 제 마음에 남은 감정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한마디로 감개무량했습니다.

제가 신청한 대회는 2026년 12월 13일 부산 기장 대변항 멸치광장에서 열리는 ‘제5회 기장군육상연맹 마라톤대회’입니다. 참가 종목은 10km입니다. [대회 안내](https://run-42195.com/race-detail.html?id=r085)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대회 신청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치료받던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일이었습니다. 걷는 것조차 힘들어 진통제에 의지하던 제가, 이제는 제 이름으로 달리기 대회에 신청했습니다.

아직 출발선에 서지도 않았고 완주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도전할 마음을 내고 신청을 마쳤다는 사실이 벅찼습니다.

## 마라톤 500회 완주자가 건넨 권유

이번 대회는 같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분의 추천으로 알게 됐습니다. 마라톤 500회 완주에, 대한 울트라마라톤연맹 공인대회도 200회 완주한 경험이 있는 분입니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이어 온 분의 권유라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분이 쌓아 온 경험은 제게 대회를 조금 더 가까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도 이제 평소 달리던 곳을 벗어나 대회에 나가 보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한 지는 약 1년입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한 번에 약 6km를 달립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있었기에 10km에 도전해 볼 마음도 생겼습니다.

물론 평소의 6km와 대회의 10km를 똑같이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거리도 늘어나고, 많은 사람이 함께 출발하는 분위기도 처음입니다. 제 속도를 지키며 달릴 수 있을지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있습니다.

## ‘코치’라는 별명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는 사람은 약 8명입니다. 그중 저를 포함한 3명이 꾸준히 러닝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저와 여성 두 분이 함께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러닝을 함께 이끌다 보니 주변에서 저를 ‘코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식 전문 코치는 아닙니다. 함께 운동하고 서로의 모습을 살피는 과정에서 생긴 별명입니다.

고마운 호칭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부담도 있습니다. 첫 대회에서 제 달리기뿐 아니라 함께 운동해 온 과정까지 평가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괜히 속도를 내거나 무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표를 분명히 하려고 합니다. 세 사람이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달리고, 다치지 않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함께 참가한다고 같은 속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쉬어야 한다면 그 선택도 존중하고 싶습니다.

‘코치’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면, 함께 달리는 사람의 상태를 살피고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 쉬지 않고 달리고 싶지만, 몸을 지키는 일이 먼저입니다

가능하다면 천천히 달리면서 중간에 걷거나 쉬지 않고 10km를 완주하고 싶습니다. 경험자의 조언을 참고하며 제 호흡에 맞는 속도를 지킬 생각입니다.

하지만 쉬지 않고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부상 없이 돌아오는 일입니다.

저는 어깨와 허리, 무릎에 여러 부상과 수술의 흔적을 안고 살아갑니다. 운동할 때도 몸의 불편함과 부상 위험을 의식해야 합니다. 오늘 괜찮았다고 내일도 같은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움직임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몸이 더 굳고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컨디션에 맞춰 꾸준히 움직이려 합니다.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강도를 낮추고, 평소만큼 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탓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회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걷거나 쉬는 것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몸에 이상 신호가 뚜렷하다면 멈추는 선택도 하겠습니다. 신청할 때 세운 계획 때문에 당일의 몸 상태를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게 이번 대회는 달리기를 오래 이어 가기 위한 첫 경험입니다. 결승선에 대한 욕심만큼 대회가 끝난 뒤의 일상도 소중합니다.

## 참가비 2만 원에 담긴 지난 시간

입금을 마친 뒤 자꾸 치료받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통증을 견디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운동은커녕 편하게 걷는 미래조차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한 번에 약 6km를 달리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생애 첫 10km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제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장애도 남아 있고 어깨와 허리, 무릎의 불편함도 여전합니다. 대회 신청이 그 모든 어려움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 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왔다는 사실은 소중합니다. 짧게 걷던 날과 천천히 달리던 날, 상태를 살피며 강도를 조절한 시간이 이번 신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장애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이 원칙이 누구에게나 같은 운동이나 거리를 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활동의 종류와 강도는 각자의 건강 상태와 능력에 맞아야 합니다. [WHO 신체활동 안내](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physical-activity)

제가 지금 달릴 수 있다는 경험을 다른 사람의 회복 기준으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몸의 상태도, 필요한 치료도, 가능한 움직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나의 속도로

처음부터 10km 대회를 목표로 움직였던 것은 아닙니다. 아픈 몸으로 다시 달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날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찾아 조금씩 이어 왔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작은 행동이 쌓이면 습관이 됩니다. 제게는 그 습관이 운동하는 일상을 만들었고, 어느새 대회 신청까지 이어졌습니다. 몸 상태를 살피며 반복해 온 시간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이제 12월 13일을 기다리며 준비하려 합니다. 잘 달린 날뿐 아니라 힘들었던 날, 쉬어야 했던 날, 계획을 조절한 과정도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런 시간까지 모두 제 도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자신이 없어 운동을 망설이는 분들에게도 작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먼 거리를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가능한 움직임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산책이, 또 누군가에게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작은 동작이 그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저의 첫 목표는 몸을 지키며 출발선에 서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제 호흡으로 한 걸음씩 달리는 것입니다.

진통제에 의지하며 하루를 견디던 기억을 안고, 이제는 달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새로운 목표를 품을 수 있게 된 오늘이 참 고맙습니다.

**생애 첫 10km 도전, 제 몸과 함께 천천히 준비하겠습니다.**

※ 개인적인 운동 경험을 기록한 글입니다. 수술 이력이나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거나 강도를 높이기 전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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