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메가박스 양산 증산점에서 〈연옥: 살인마들의 자치구역〉을 봤다. 살인마들이 모여 사는 자치 구역이라는 설정도 궁금했고, 오랜만에 극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을 보고 싶었다.
상영관은 5관 Laser였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넓은 상영관에 관객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빈 좌석이 유난히 많아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마치 상영관을 통째로 빌린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약 30분 뒤, 다른 관객도 자리를 떠났다. 이후 나는 혼자 영화를 끝까지 봤다.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타격음을 혼자 누리는 경험이었다. 영화관에 혼자 간 적은 많았지만, 상영관에 나 혼자 남아 끝까지 관람한 것은 처음이었다.
〈연옥〉은 법과 질서가 무너진 공간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과 그곳을 지배하는 힘의 논리를 다룬다. 내게는 복잡한 이야기보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과 대결이 먼저 들어왔다. 줄거리의 다음 장면을 예상하기보다는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싸우는지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배우는 브루스 칸이었다. 그의 연기를 제대로 본 것은 내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낯설었지만, 영화를 본 뒤 이력을 찾아보니 오랫동안 액션 연기와 무술 분야에서 활동해 온 배우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출연뿐 아니라 공동 감독도 맡았다.
그의 액션에서는 거칠고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주먹과 발이 상대의 몸에 꽂히는 듯한 타격감, 사람이 직접 몸을 부딪치며 싸우는 듯한 감각이 눈길을 붙잡았다. 내게는 그 투박함이 브루스 칸이라는 배우를 기억하게 하는 특징이 됐다.
관람 뒤 찾아본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영화의 액션을 싸우는 죄수들의 몸짓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동작을 최대한 절제했다는 말도 했다. 화면에서 내가 느꼈던 거친 인상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채영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브루스 칸이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배우라면, 이채영은 오래전부터 기억하던 배우다. 내가 그를 강하게 기억하는 작품은 2009년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다. 당시 여전사 사이라 역으로 출연해 보여 준 강인한 모습이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이채영의 액션 장면에 눈길이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른 작품에서 그때의 인상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었다. 내 기억 속 사이라 와 지금 화면 속 배우의 모습이 겹치면서 반가움이 더해졌다.
두 배우를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달랬다. 브루스 칸에게서는 처음 발견한 액션 배우의 개성을 보았고, 이채영에게서는 오래전에 기억해 둔 배우의 다른 모습을 만났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새로운 발견과 반가운 재회를 함께 경험한 셈이다.
이 영화에서 내게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액션이었다.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게 느껴졌고, 감상도 배우들의 몸짓과 타격감에 더 기울었다. 특히 브루스 칸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낯설었던 배우의 이름을 찾아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혼자 남은 상영관에서는 액션의 소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 듯했다. 스크린에서 주먹이 오가고 몸이 부딪칠 때마다 넓은 공간에 소리가 울렸다. 평소라면 그저 지나갔을 빈 좌석들도 이날은 관람 경험의 일부가 됐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빈 좌석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상영관을 혼자 누렸다는 특별함과 함께 묘한 아쉬움도 남았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져 극장에 걸리기까지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았을 텐데, 그날 그 상영을 끝까지 지켜본 관객은 나 하나였기 때문이다.
〈연옥: 살인마들의 자치구역〉은 내게 브루스 칸의 거칠고 묵직한 액션을 발견하게 한 영화였다. 동시에 〈천추태후〉에서 기억하던 이채영의 액션 연기를 다시 만나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 곁에는 메가박스 양산 증산점의 텅 빈 5관이 함께 남아 있다. 때로는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영화를 보던 공간과 그날의 분위기가 오래 기억된다.
이날의 〈연옥〉이 나에게는 그런 영화였다.
### 참고
[브루스 칸 경력](https://m.mksports.co.kr/amp/8586568) · [〈연옥〉 액션과 연출 인터뷰](https://ksc.ikbc.co.kr/article/view/KBC 202608260032) · [〈천추태후〉 이채영](https://www.hankyung.com/article/200902020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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