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중도 장애와 상실의 수용: 달라진 몸을 하루의 계획에 넣는 일

심리치유에세이(다시 시작하는삶의 기록)

by 늘파란바다 2026. 10. 29. 07:40

본문

마흔여섯 살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기쁨이 컸던 그 무렵, 제가 일하던 조선업에는 긴 불황이 찾아왔습니다. 천오백 명가량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는 위기를 겪었고 제 생활도 흔들렸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뒤에는 육 개월 동안 택배 배송을 했습니다.

한 아들의 탄생, 멈춘 현장과 추락 사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기쁜 일과 막막한 일이 한 시기에 함께 들어왔습니다. 다시 가동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인력은 이전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일을 해내야 할 부담은 여전했습니다. 무릎 수술 뒤에도 충분히 쉬지 못한 채 버텼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추락 사고를 당해 목과 허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대수술 이후 오른쪽 다리는 약 삼 센티미터 짧아졌고 지체 장애가 남았습니다. 사고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달라진 몸으로 살아가는 일은 매일 이어졌습니다.

2 달라진 몸과 함께 흔들린 역할
예전에도 실패는 있었습니다. 금융회사를 떠나 요리를 배웠고 닫은 뒤에는 조선소에서 새 기술을 익혔습니다. 다른 자리로 가서 다시 일하면 된다는 감각이 저를 지탱했습니다.

사고 뒤에는 그 방법을 곧바로 쓸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먼저 몸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무엇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저에게는 통증과 기능의 변화만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기술자라는 자부심, 생활비를 버는 사람이라는 역할, 가족의 생활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흔들렸습니다. 몸이 저를 배신한 것 같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을 배신자로 부르기 전에, 오랫동안 어떤 조건에서 일해왔는지와 현재 필요한 돌봄을 살펴보려 합니다.

사고의 원인을 제 무리한 성격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 환경과 작업 조건, 안전을 지키는 체계도 함께 살펴야 할 문제입니다. 제가 아파도 참았다는 기억은 돌아볼 수 있지만, 다쳤다는 사실이 제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일과 사고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은 서로를 지우지 않습니다.

3 수용을 늘 긍정적이어야 하는 과제로 만들지 않기
몸이 달라진 뒤에는 이전의 하루가 새롭게 계산되었습니다. 이동과 집안일에 걸리는 시간이 늘고, 쉬어야 하는 지점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의 저를 기준으로만 보면 작은 일 하나를 마쳐도 늘 부족했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명령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제 생활표에 달라진 몸의 조건을 넣어야 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현재의 몸을 담담히 볼 수 있었지만, 통증이 심한 날에는 다시 화가 나고 서글펐습니다.

그 변화가 회복의 실패라고 생각하면 또 다른 비난이 시작됩니다. 상실을 겪는 마음이 정해진 단계에 따라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지금은 제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제 괜찮았다고 오늘도 괜찮아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슬픔을 다 정리한 뒤에만 다음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의 일을 그리워하면서 진료받고 새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흉터를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는 날에도 필요한 돌봄을 받을 이유는 남습니다. 수용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새 과제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4 생활의 불편과 환경을 함께 살피는 질문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애가 있는 사람의 건강 불평등에 차별과 빈곤, 교육·고용의 배제, 의료 접근 장벽이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이 관점은 제가 겪는 어려움을 의지로만 설명하지 않게 합니다. 이동이 힘들다면 동선과 이동 수단을 살펴야 하고 일이 어렵다면 업무 요구와 지원 조건도 검토해야 합니다.

달라진 몸의 조건을 생활에 반영하기 생활의 영역 살펴볼 실제 조건 의논하거나 조정할 부분

이동 계단 거리 쉬어갈 장소 동선과 이동 수단 필요한 도움
일과 공부 앉거나 서 있는 시간 반복 동작 과제의 양과 쉬는 시간
집안일과 양육 몸의 부담이 커지는 지점 직접 할 일과 지원받을 일
진료 현재의 변화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 가능한 활동과 필요한 평가

장애 정도나 기능을 판정하는 표가 아니라, 생활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기준으로 제 속도를 평가하기보다 지금의 손상과 환경을 함께 살피는 데 쓰고 싶습니다. 활동의 안전과 재활 계획은 개인 상태에 맞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5 도움을 포함해 새 공부와 양육을 이어가기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기 생활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혼자 해내는 양을 최대한 늘리는 것보다 필요한 지원을 포함해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는 것이 현재의 저에게는 더 현실적입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부탁할지, 어떤 공적 자원을 확인할지 정하는 데에도 판단과 책임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쓰는 능력 역시 제 생활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온라인 공부에도 함께 마련할 조건
신체적인 부담이 적은 공부도 그날의 몸 상태와 조건을 따져봅니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오래 앉거나 화면을 보는 일이 힘들 수 있음을 계획에 넣습니다.
배우겠다는 의지만 정하기보다 자세와 쉬는 시간, 과제의 양을 함께 조절합니다.
새 공부가 이전 직업의 소득과 성취를 빨리 대신해야 한다는 압박이 되지 않도록 살핍니다.
심리학과 사회복지학, 영상 편집을 공부하며 이전과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새 지식을 이해하고 제도를 알아보는 과정은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뒤에야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학위를 얻지 못하거나 성과가 늦어져도 기본적인 존중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준을 먼저 지키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수입이 줄었다는 사실이 아이와의 관계 전체를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생활을 조정하는 역할은 남아 있었고, 실제 생활에 필요한 지원도 함께 찾아야 했습니다.

새 공부의 성과가 늦어지는 날에도 돌봄 받을 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제게 수용은 예정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의 생활을 다시 짜는 일입니다.

참고 자료
WHO, 「Disability」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