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한 뒤 금융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퇴사하고 나니 지나온 선택이 자꾸 후회됐습니다. 사업으로 큰돈을 벌면 그 후회를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특정한 한 사람보다 세상의 모든 잘사는 사람이 미웠습니다. 좋은 집과 많은 돈,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보다 증오가 먼저 올라왔습니다.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나는 왜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그 말에는 세상을 향한 분노와 저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볼 때마다 제가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일이 곧 저에게 무엇이 없는지 세어보는 일이 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들의 삶을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무엇을 감당하며 사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 들어오는 결과만 놓고 저와 비교했습니다. 그렇게 비교할수록 제 생활은 더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시기심과 질투를 구별해 살펴보기도 합니다. 시기심은 다른 사람이 가진 능력이나 성취를 보며 자신의 부족함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감정에 가깝습니다. 질투는 소중한 관계를 경쟁자에게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관련이 있습니다. 패럿과 스미스의 연구에서는 시기심에 열등감과 갈망, 원망 등이, 질투에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 등이 두드러졌습니다. 실제 경험에서는 두 감정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Parrot·Smith, 1993: 시기심과 질투를 구별한 연구](https://doi.org/10.1037/0022-3514.64.6.906)
당시 제 마음을 돌아보면 시기심이라는 설명이 와닿습니다. 누군가에게 제 것을 빼앗길까 두려웠다기보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저도 갖고 싶었습니다. 그 바람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미워했습니다.
저는 요식업 창업으로 삶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한 사업은 실패했습니다. 잘사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만으로는 제가 하는 일을 잘할 수 없었습니다. 사업이 실패한 뒤에는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한식조리기능사를 취득했습니다. 울산의 뷔페에서 일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이후 서울로 올라가 요리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서울에서 뛰어난 요리사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니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였습니다. 저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실력 차이를 확인하는 일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볼수록 제 부족함도 분명해졌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 차이를 미워하는 데서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기술을 관찰하고 저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사는 사람들을 막연하게 바라볼 때와는 달랐습니다. 가까이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에게서는 제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큰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에 더해, 저도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일부 연구는 시기심이 향하는 동기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상대의 위치를 끌어내리고 싶은 ‘악의적 시기심’과,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는 ‘양성 시기심’입니다. 2009년 연구는 네덜란드·미국·스페인의 표본에서 이러한 경험의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van de Ven 외, 2009: 양성·악의적 시기심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19485619/)
이 구분으로 제 마음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뛰어난 요리사를 보며 느낀 감정에는 부러움과 존경, 부족함을 마주한 불편함이 함께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상대를 바라보며 제가 원하는 것이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사람이 잘하는 일을 저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같은 연구진이 2011년에 발표한 네 개의 연구에서는 양성 시기심이 공부하려는 의욕이나 실제 과제 수행과 연결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 실험에서는 자신도 나아질 수 있다고 여긴 조건에서, 뛰어난 타인과의 비교가 양성 시기심과 더 나은 수행으로 이어졌습니다. 모든 비교가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van de Ven 외, 2011: 시기심과 자기 향상 동기를 살핀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21383070/)
이 연구를 읽으며 제가 현장에서 배웠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멀리서 누군가의 성공을 볼 때는 그저 부럽고 미웠습니다. 직접 배우기 시작하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익혀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제게는 자격증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그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시기심 자체가 저를 성장시켰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기하는 마음에 오래 머물렀던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그 감정을 느낀 뒤 실제로 배우러 움직였을 때였습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같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마다 출발선과 기회, 감당해야 할 형편이 다릅니다. 그런 차이를 무시한 채 마음가짐만 바꾸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볼 때마다 제 삶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여겼던 생각은 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마음이 생기면 제가 무엇을 부러워하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습니다. 돈이 필요한 것인지, 그 사람의 기술을 갖고 싶은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막연히 잘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보다 지금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그중 제가 해볼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습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차이만 살피지 않고, 전에 못 하던 것을 지금은 할 수 있는지도 돌아보려 합니다. 이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부터도 이어가고 싶은 연습입니다.
퇴사 후의 저는 큰돈을 벌어 지난 선택을 만회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사업에 실패했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제 삶의 방향이 달라진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타인의 성공 앞에서 제 부족함이 보이는 순간은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제 삶을 서둘러 실패라고 부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요리를 다시 배우던 때처럼, 지금 제가 익힐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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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참고한 연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 Parrott, W. G. & Smith, R. H. (1993). *Distinguishing the experiences of envy and jealous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4**(6), 906–920.
- van de Ven, N. Zeelenberg, M. & Pieter, R. (2009). *Leveling up and down: The experiences of benign and malicious envy*. **Emotion, 9**(3), 419–429.
- van de Ven, N., Zeelenberg, M., & Pieters, R. (2011). *Why envy outperforms admir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7**(6), 784–795.
**검색 설명:** 퇴사와 창업 실패 뒤 타인의 성공을 미워했던 마음을 돌아봅니다. 요리를 다시 배우며 달라진 경험과 시기심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함께 살펴봅니다.
**태그:** 시기심, 시기심과 질투, 사회적 비교, 열등감, 심리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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