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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궁금해하는 심리학 이야기 13편 투사 — 내 분노는 왜 직원들의 잘못으로만 보였을까?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by 늘파란바다 2026. 9. 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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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지점장으로 일하던 시절, 매월 영업 마감일은 전쟁처럼 느껴졌습니다. 지점에 내려온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결국 제가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런 날 직원들이 잡담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모두가 노력하면 성과도 함께 누릴 수 있는데, 책임은 저 혼자 지는 것 같아 억울했습니다.

저는 직원들을 다그치며 실적을 독촉했습니다. 분노를 견디기 어려울 때는 아래층의 비어 있는 사무실로 내려가 고함을 지르고 집기를 부수기도 했습니다. 화가 가라앉은 뒤에도 제 행동보다 직원들의 태도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제대로 일했다면 제가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정신분석을 통해 그때를 돌아보았습니다. 제 마음에는 실적을 채우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억울함, 어려운 할당량을 내려보내는 회사에 대한 분노가 함께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 투사는 자신의 감정이나 충동, 특성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을 상대에게 돌리는 방어기제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적대감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면서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남을 비판하거나 탓하는 모든 행동이 투사는 아닙니다. [APA: 투사](https://dictionary.apa.org/projection)

제 경험도 투사라는 말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에 느낀 분노가 제가 지시할 수 있는 직원들에게 향했다는 점은 ‘전치’라는 개념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치는 원래의 대상에게 향한 감정이나 행동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상대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투사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APA: 전치](https://dictionary.apa.org/displacement)

뉴먼과 동료들은 1997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신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특성을 떠올리기 쉽게 하고, 타인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모형을 제안했습니다. 일부 실험은 이를 뒷받침했지만, 연구자들은 방어적 투사의 기존 근거가 제한적이고 논쟁적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실은 네가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아닙니다. [Newman 외, 1997](https://pubmed.ncbi.nlm.nih.gov/9150580/)

직원들이 잡담했다는 것은 제가 본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만으로 직원들의 노력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도 책임감이 없고 나만 희생한다’라는 생각에는 제 해석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직원들의 잘못보다 회사의 지나치게 어려운 목표가 더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목표를 거부하거나 업무 구조를 바꿀 힘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회사에 이용당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보건기구도 과도한 업무량, 낮은 업무 통제권, 부족한 지원을 직장 정신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설명합니다. [WHO: 직장 정신건강](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mental-health-at-work)

그렇다고 집기를 부순 책임까지 회사나 직원들에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업무 태도를 지적하는 것과 분노를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따로 돌아봐야 합니다. 사람이 없는 사무실이었다는 사실도 그 행동을 괜찮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조직의 문제를 인정하면서 제가 한 행동에도 책임져야 합니다.

이제 비슷한 마음이 생긴다면 제가 본 일, 거기에 붙인 해석, 그때의 감정을 나누어 적어보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잡담했다’, ‘나만 책임지고 있다’, ‘불안하고 억울하다’라는 다른 내용입니다. NHS도 괴로운 생각을 곧바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근거와 다른 가능한 설명을 살펴보도록 안내합니다. [NHS: 생각 점검하기](https://www.nhs.uk/every-mind-matters/mental-wellbeing-tips/self-help-cbt-techniques/reframing-unhelpful-thoughts/)

당시로 돌아간다면 실적을 독촉하기 전에 무엇이 막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지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구분해 보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을 꺼내고 도움을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건을 부수고 싶을 만큼 격해질 때는 대화를 멈추고 안전하게 진정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는 괴로운 감정과 생각, 행동을 살피고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심리치료](https://www.nimh.nih.gov/health/topics/psychotherapies)

정신분석을 거치며 저는 실적을 맞추느라 제 상태를 뒤로 미뤄왔다는 사실도 돌아보았습니다. 다시는 그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생각은 그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묻고 싶습니다. 직원에게 요구할 일과 회사에 제기할 문제, 제가 책임질 행동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S. Duff**

1.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Projection*. [APA 심리학 사전](https://dictionary.apa.org/projection)
2.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Displacement*. [APA 심리학 사전](https://dictionary.apa.org/displacement)
3. Newman, L. J. & Baumeister, K. Re framing, R. F. (1997). *A new look at defensive projection: Thought suppression, accessibility, and biased person percep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2*(5), 980–1001. [PubMed](https://pubmed.ncbi.nlm.nih.gov/9150580/)
4.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4). *Mental health at work*. [WHO](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mental-health-at-work)
5. NHS Every Mind Matters. *Reframing unhelpful thoughts*. [NHS](https://www.nhs.uk/every-mind-matters/mental-wellbeing-tips/self-help-cbt-techniques/reframing-unhelpful-thoughts/)
6.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Psychotherapies*. [NIMH](https://www.nimh.nih.gov/health/topics/psychotherap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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