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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궁금한 심리학 이야기 19편 몸 사랑 — 남에게 보여주는 몸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몸으로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by 늘파란바다 2026. 9. 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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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부터 나는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몸의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은데, 나는 하체가 짧고 상체가 길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지적하기 전부터 스스로 남의 몸과 내 몸을 비교했다. 내 눈에는 유독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먼저 들어왔다.

그 생각은 옷을 고르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바지는 빡빡하게 입고 상체에는 큰 티셔츠를 걸쳤다. 내가 생각하는 체형의 단점을 감추려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옷을 입을 때도 편안함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더 신경 쓰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내 몸을 너무 오래 남의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 남의 눈으로 내 몸을 평가하던 시간

심리학의 자기 대상화 개념은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 다른 사람에게 관찰되고 평가되는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을 설명한다. 몸으로 무엇을 느끼는지보다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마음을 쓰게 되는 것이다.

옷차림 하나로 이런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개념은 당시 내가 무엇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나는 내 몸의 편안함보다 남들이 발견할지도 모르는 단점을 먼저 살폈다.

성인이 된 뒤에는 누군가가 나를 ‘어깨 좁은 사람’라고 놀린 적도 있었다. 이미 체형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그 말이 더 신경 쓰였다. 다른 사람의 짧은 말이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부분을 다시 확인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 내 몸에 붙인 별명이 내 몸의 가치를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을 함부로 평가한 말을 나까지 사실처럼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 운동하며 달라진 몸, 달라지기 시작한 시선

헬스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4년 정도가 되었다. 꾸준히 근력운동을 하면서 어깨가 넓어졌고, 다이어트를 하며 몸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노력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 경험은 내게 분명 기쁨이었다.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만족도 있었다. 그 경험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은 그때보다 한 가지를 더 생각한다.

‘몸이 달라지기 전의 나는 내 몸을 사랑할 자격이 없었을까.’

더 넓은 어깨와 마음에 드는 체형을 얻은 뒤에야 몸을 인정할 수 있다면, 몸이 다시 변할 때마다 나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운동의 성과가 좋지 않은 날이나 예전만큼 운동할 수 없는 시기에도 내 몸은 돌봄을 받아야 한다.

운동으로 생긴 자신감은 소중하다. 그 자신감이 내 몸을 아끼는 유일한 이유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 내 몸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근력운동과 러닝을 이어가면서 몸을 바라보는 관심도 조금씩 넓어졌다. 겉모습의 변화와 함께 움직이며 느끼는 건강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칠 뻔했던 순간도 기억난다. 위험한 상황에서 내 몸이 순간적으로 반응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거울 속 모습만 보느라 놓치고 있던 몸의 다른 면이 느껴졌다.

내 몸은 내가 외모를 평가하고 있는 동안에도 나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은 몸의 모양뿐 아니라 몸으로 살아간다는 경험을 생각하게 했다.

몸의 기능을 다루는 심리학 연구도 관심을 운동 능력에만 두지 않는다. 감각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일상을 경험하는 여러 기능을 함께 살핀다.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차리는 것은 외모에 집중하던 시선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몸의 가치를 운동 성적처럼 매기고 싶지는 않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무거운 것을 들어야 소중한 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거나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날에도 몸을 존중할 이유는 그대로 남아 있다.

### 아픈데도 운동했던 나는 몸을 사랑하고 있었을까

몸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는 동안에도 나는 내 몸을 무리하게 몰아붙인 적이 있다.

한창 운동에 빠져 있을 때는 아파도 운동을 했다. 주사를 맞거나 침을 맞으면서까지 운동을 이어갔다. 건강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몸의 상태보다 운동을 해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졌다.

지금 돌아보면 몸을 바꾸려는 의지만큼 몸의 말을 듣는 태도도 필요했다. 아프다는 신호 앞에서 무엇을 조절해야 할지 살피는 일이 빠져 있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내 몸을 충분히 돌봤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때의 나는 몸이 강해지는 데 마음을 쏟았지만, 몸이 힘들어할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이제는 그 차이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 오늘 내 몸은 어떤지 먼저 묻는다

지금은 운동하기 전에 내 몸의 상태를 이해하려고 한다. 어디가 불편한지 살피고, 몸에 무리가 덜 가는 방법을 찾는다. 무조건 많이 하고 강하게 하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움직이려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몸 감싸(body appreciation)는 몸에 대한 수용과 존중, 몸의 필요를 돌보는 태도를 포함한다. 이상적인 외모에 얼마나 가까운지만으로 몸을 평가하는 데서 벗어나 몸 자체를 소중히 대하는 것이다.

이 설명을 내 생활에 옮겨 보면 거창한 다짐보다 작은 선택이 먼저 떠오른다.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는 것, 운동의 양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 몸을 돌보는 데 필요한 여유를 허락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수용도 여기에 가깝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이유로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다.

매일 내 몸이 만족스러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거울 앞에서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 날에도 몸을 씻고, 먹이고, 쉬게 하는 돌봄은 이어갈 수 있다. 내 몸을 아끼는 일은 그런 선택 속에서도 드러난다.

### 체형을 숨기던 중학생의 나에게

중학생 때 큰 티셔츠로 몸을 감추던 나를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일단 네 몸이 소중하다는 것부터 인정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운동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금의 몸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아픔까지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오랫동안 내 몸을 평가했다. 숨기기도 했고 바꾸려고 애썼으며, 때로는 아픈데도 몰아붙였다. 이제는 그 몸과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따지기 전에 오늘 내 몸은 어떤지 묻고 싶다. 무엇이 불편한지, 어느 정도가 알맞은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 알아가고 싶다.

**내 몸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몸이기에 소중히 대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내 몸은 돌봄을 받을 가치가 있다.**

### 참고 자료

1. Fredrickson·Roberts(1997). [자기대상화 이론](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11/j.1471-6402.1997.tb 00108.x).
2. Al leva·Barca low(2021). [몸의 기능에 관한 연구 검토](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740144520304277).
3. Tylka·Wood-Barcalow(2015). [긍정적 몸 이미지와 몸 수용](https://pubmed.ncbi.nlm.nih.gov/2592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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