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의 서문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전 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는 같은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키웠다. 그녀는 스물한 살이었다. 우리는 결혼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나는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이야기했다면, 두 사람이 같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하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의 나는 그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결혼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이 결정하는 일인데, 왜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한지 의문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부모님을 잘 설득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다며 결혼을 반대했다.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그녀의 사랑을 의심했다.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부모님의 반대에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부모님의 반대는 결혼을 피하기 위한 이유가 아닐까.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묻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대답을 사랑의 크기로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많지 않다. 그녀가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이 이른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나는 그 위에 여러 의미를 덧붙였다. 결혼을 이야기했으니 나와 같은 무게로 미래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나를 향한 마음도 그만큼일 것이라고 여겼다.
어느 쪽도 그녀에게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 무렵 나는 금융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며 내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직장을 떠난 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혼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녀와 함께할 미래를 바랐지만, 정작 그 미래를 감당할 자신은 부족했다.
그녀를 향한 의심 속에는 그런 내 불안도 섞여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자꾸 내 앞날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 걱정에서 나온 해석을 그녀의 마음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연락은 뜸해졌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녀가 결혼을 원했지만 반대 때문에 망설였는지, 사랑과 결혼을 서로 다른 문제로 생각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때 충분히 묻지 않았고, 이제 와서 내가 그녀의 마음을 대신 설명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기억을 글로 옮길 때도 조심하게 된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쓰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이다. 반대로 “그녀도 나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고 쓰는 것 역시 내가 바라는 이야기일 수 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
내게는 소중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과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한 채 멀어졌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잘 안다고 믿는다. 표정과 말투, 침묵과 행동을 보며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한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추측 자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추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남겨두어야 한다. 이미 답을 정해놓으면 상대가 다른 이야기를 해도 내 생각에 맞는 말만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의 내가 돌아봐야 할 것도 그런 태도였다. 결혼을 함께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그녀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여겼다. 그녀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인지, 언제쯤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부모님의 동의는 왜 중요한지 더 물어야 했다.
내가 무엇을 불안해하고 있는지도 솔직히 말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의 확신을 확인하려 하기 전에, 나 역시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꺼내야 했다.
헤어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면 그 이유를 말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한 시간을 정리하는 대화가 필요했다. 나는 그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 묻지 못한 마음은 오래도록 추측으로 남았다.
이 기억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관계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잊지 않으려 한다.
1.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은 무엇인가?
2. 그 사실에 내가 덧붙인 해석은 무엇인가?
3. 상대에게 직접 묻고, 반박할 말을 준비하지 않은 채 들어봤는가?
물론 묻는다고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도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충분히 대화해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남을 것이다.
그때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해야 한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빈자리를 내 해석으로 채우지 않는 것. 내게는 그것도 배워야 할 관계의 태도다.
지금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누가 더 잘못했는지 가리고 싶지 않다. 그녀는 내 삶에 따뜻한 기억을 남긴 사람이고, 함께한 시간은 여전히 좋은 추억이다. 그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일과 당시 내 태도를 돌아보는 일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회가 남는다고 해서 과거의 나를 계속 벌주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때 하지 못했던 질문을 오늘의 관계에서는 피하지 않고 싶다. 상대의 말이 내 예상과 다르더라도 조금 더 오래 듣고 싶다.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을 안다고 확신하기 전에 먼저 물으려 한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나요?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나요?”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맞히는 능력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태도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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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 치유 제목:** 상대방의 마음을 안다고 착각할 때,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는 세 가지 질문
- **핵심 키워드:** 상대방 마음 추측
- **보조 키워드:** 마음을 단정하는 습관, 연애 오해, 사실과 해석, 관계 대화, 이별 후 후회
- **메타 설명:** 결혼을 이야기했던 연인의 마음을 안다고 믿었던 시절을 돌아봅니다. 자신의 불안이 상대를 향한 해석에 어떻게 섞였는지 살피며, 관계에서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는 세 가지 질문을 나눕니다.
- **추천 URL:** `/when-we-assume-someones-feelings`
- **카테고리:** 심리치유 에세이
- **대표 이미지 문구:** 나는 그녀의 마음이 아니라 내 불안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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