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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던 내가 쌀을 보내기까지

심리치유에세이(다시 시작하는삶의 기록)

by 늘파란바다 2026. 9.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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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시설에 쌀을 보내는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다. 프리랜서 수입은 넉넉하지 않고 일정하지도 않다. 그래서 내 형편이 모두 나아진 다음에 시작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을 다시 꾸렸고, 그 과정에서 내게 가능한 도움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보내는 쌀에는 그렇게 여기까지 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장애와 실패를 겪고 술에 기대던 때에는 내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느껴졌다. 몸이 아프고 일을 할 수 없었고 앞날이 막막했다. 다른 사람의 생활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며 왜 더 넓게 보지 못 했느냐고 쉽게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하루를 버티는 데 모든 힘을 써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생활을 다시 꾸리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때 관심이 있었지만 택하며 미뤄 둔 분야였다. 이번에는 사람을 돕는 일이 내 생활과도 가까워져 있었다. 한부모가정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를 알아보며, 도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부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용할 수 있는 지원도 모르면 신청할 수 없었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마음의 어려움도 있었다. 부모님께 다시 의지하고 내 사정을 설명할 때면 무능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 두려웠고, 실패한 내 생활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과 그 도움을 편하게 구할 수 있는 마음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 거리를 겪으며 조금씩 생활을 이어갔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봉사 현장에서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워 일상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났다. 가족과 단절된 채 외롭게 지내는 노인도 있었다. 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겪는 사람도 있었다. 내 몸과 형편에만 붙잡혀 있던 시선이 다른 사람의 하루로 조금씩 옮겨갔다. 각자 견디고 있는 생활이 있었다. 그 만남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으니 내 어려움은 참아야 한다는 말로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서로의 고통을 비교해서 누가 더 아픈지 정하는 일은 내게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힘들었던 사실도 남아 있었고, 그분들이 겪는 어려움도 따로 살펴야 했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내가 몰랐던 생활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봉사하면서 작은 일이나마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다. 일을 잃은 뒤에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부터 떠올렸다. 이전처럼 몸을 써서 벌 수 없으니 내 역할도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도움을 주는 데에 예전의 몸과 수입이 모두 돌아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 경험은 내가 내 생활을 바라보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쌀을 보내는 기부도 그런 과정에서 시작했다. 보내는 양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생활비와 아들의 교육을 챙겨야 하는 형편이 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어가고 싶다. 많이 돕는 일만 생각하기보다 지금 내게 가능한 도움을 이어가고 싶다. 도움받는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 않은 것도 내가 도움을 받아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사정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울 수 있다. 도움받으면서 고맙고 동시에 미안할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을 바깥에서 단정할 수는 없다. 내가 감사한 도움을 받았던 경험은 누군가의 사정을 빨리 평가하기보다 먼저 들여다보고 싶게 한다. 도움을 줄 때에도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상대에게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사정을 설명하는 일조차 부끄러웠던 때를 떠올리면 더 그렇다. 내가 겪어봤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까지 다 안다고 여길 수는 없다. 봉사를 하며 얻고 싶은 태도는 그런 조심스러움이다. 내 경험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다시 생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의 도움이 컸다. 치료받았고, 복지 정보를 찾았고, 돌봄 선생님께 아들을 맡기며 운동할 시간도 얻었다. 어느 하나를 빼놓고 혼자 의지만으로 해냈다고 말하기 어렵다. 내가 하는 봉사와 기부도 그 도움을 다 갚았다는 뜻은 아니다. 받은 것의 크기를 계산하기보다 지금 내게 가능한 일을 이어가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사회복지 현장에서 강사로 서고 싶다. 내가 어떻게 무너졌고, 치료와 공부, 운동과 가족의 도움으로 어떻게 다시 생활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아직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바람이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화려한 성공 담보다 생활이 다시 이어지기까지 필요했던 것들을 말하고 싶다. 그 자리에서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나는 이렇게 했으니 빨리 일어나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몸의 상태와 생활 조건이 다르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자리도 다를 것이다. 나에게 걸렸던 시간을 생각하면 누군가의 회복을 서두르게 할 수는 없다. 그 사람이 겪는 하루를 먼저 알고 싶다. 지금도 내 생활에는 통증과 걱정이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도움받을 일이 끝난 것도 아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는 삶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아들을 키우고 일하고 운동하는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와 기부를 이어간다. 쌀을 보내는 일은 그 생활의 한 부분이다. 내 어려움만 보이던 때를 지나 다른 사람의 하루도 생각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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