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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에서 시작된 호감, 성품을 확인한 뒤 사랑이 되었다

심리치유에세이(다시 시작하는삶의 기록)

by 늘파란바다 2026. 10. 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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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인상에서 마음이 끌려야 상대에게 다가가는 편이다. 누군가를 오래 지켜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하기보다는, 처음 만났을 때 느낀 인상에서 호감의 불씨가 생긴다. 그렇다고 외모만 보고 곧바로 사귀는 것은 아니다. 첫인상은 다가가게 만드는 시작이고, 실제 만남에서 드러나는 성품은 관계를 이어 갈지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40대 초반, 자격증 실습을 하던 중 한 여성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화려하게 꾸민 모습 때문은 아니었다. 수수한 옷차림과 웃는 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 사람에게만 시선이 머무는지 처음에는 나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었지만 그분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향했다. 첫인상은 호감의 문을 연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한 가지 이유로만 생기지 않는다. 외모와 표정 같은 시각적 정보, 자주 마주치는 환경, 서로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 특정 상황에서 높아진 긴장과 흥분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내 마음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첫인상이었다. 여기서 외모는 얼굴의 생김새만 뜻하지 않는다. 옷차림과 표정, 자세와 분위기처럼 짧은 순간에 받아들이는 여러 정보가 첫인상을 만든다. 내가 그분에게서 본 것도 단순한 미모가 아니라 수수함과 웃는 얼굴이 전해 주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첫인상은 빠르게 만들어지는 만큼 정확한 성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좋은 인상이 관심을 시작하게 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을 충분히 안다는 뜻은 아니다. 실습이 계속되면서 그분을 자주 만났다. 심리학의 단순 노출 효과는 어떤 대상을 반복해서 접할 때 친숙함과 호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현상을 말한다. 로버트 자이언츠는 반복 노출과 태도 변화의 관계를 연구하며 이 개념을 널리 알렸다. 만날 때의 경험이 불쾌하거나 부담스럽다면 반복된 만남이 오히려 거리를 키울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만남의 횟수보다 그 과정에서 본 행동이 중요했다. 실습을 함께하며 그분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처음에는 웃는 인상에 끌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따뜻한 성품이 내 이상형에 가깝다고 느꼈다. 겉모습이 열어 준 문을 행동과 성품이 더 넓혀 준 셈이다. 기다리던 2초가 길게 느껴진 이유 나는 마음이 생기면 비교적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다. 그분의 실습을 직접 도와주었고, 여러 정보를 전해 줄 수 있으니 알려 달라고 말했다. 부탁을 들은 그분은 약 2초 동안 망설였다.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내게는 참 길게 느껴졌다. 그분이 전화번호를 알려 주는 순간 감사함과 기쁨, 환호하고 싶은 마음과 관계를 이어 가고 싶은 열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호감이 클수록 상대의 작은 반응에도 마음이 크게 움직인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받았다는 사실이 상대도 나와 같은 크기의 감정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호감은 혼자 느낄 수 있지만 관계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상대가 잠시 망설였다는 사실까지 존중하고, 연락과 만남의 속도를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후 우리는 부산 서면에서 여러 번 만났다. 나는 그분이 이상형에 가까워 마음이 컸지만 서두르지는 않으려 했다. 젊은 시절처럼 설렘만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입장과 속도를 배려하며 관계를 이어 가고 싶었다. 결국 그분과는 헤어졌지만, 그 만남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좋아하는지 돌아보게 했다. 호감을 만드는 네 가지 요인 내 경험을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요소가 순서대로 나타난다. 첫째는 수수한 옷차림과 웃는 인상이라는 외모적·비언어적 요인이었다. 둘째는 자격증 실습에서 계속 마주친 환경 요인이었다. 셋째는 타인을 배려하는 성품과 내가 원하는 사람의 모습이 가깝다고 느낀 개인적 판단이었다. 반면 공포나 긴박한 상황에서 생긴 생리적 각성은 이 경험의 중심 요인이 아니었다. 고전적인 연구에서는 높은 다리처럼 불안과 긴장이 커지는 상황의 두근거림을 상대에 대한 끌림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를 흔히 각성의 오귀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두근거림이 언제나 사랑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며, 특정 연구 결과를 모든 연애에 적용해서도 안 된다. 비슷함도 호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모든 것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느끼면 상대를 이해하기 쉽고 대화의 출발점도 많아진다. 연구에서는 실제 유사성과 자신이 인식한 유사성을 구분하며, 특히 ‘우리가 비슷하다’라고 느끼는 경험이 호감과 관련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나는 그분과의 공통점을 확인하기 전에 첫인상에 먼저 끌렸으므로, 내 경험을 억지로 유사성의 효과라고 설명할 필요는 없다. 나는 어떤 사랑의 유형이었을까 사회학자 존 앨런이라는 사랑의 태도를 에로스, 두러스, 줄거리게, 프라그마, 마니아, 아가페라는 여섯 스타일로 설명했다. 이후 클라이드 헨드릭과 수전 헨드릭은 이를 측정하는 척도를 연구했다. 에로스는 강한 매력과 열정, 스토커와 다르게는 우정처럼 서서히 깊어지는 사랑, 두러스는 관계를 게임처럼 여기는 태도다. 프라그마는 현실적 조건을 살피고, 마니아는 불안과 집착이 강하며, 아가페는 상대를 위해 헌신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 여섯 가지의 사람을 나누는 고정된 성격 표로 볼 필요는 없다. 한 사람에게도 여러 태도가 함께 나타날 수 있고 관계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 경험에는 첫인상과 강한 끌림을 중요하게 여기는 에로스의 모습이 있었다. 동시에 마음이 컸어도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만남을 거듭하며 성품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스토커와 다르게 적인 태도도 섞여 있었다. 나는 지금도 호감이 생겨야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다. 그러나 첫눈에 끌렸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만나면서 상대의 성품이 좋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사귈 마음이 생긴다. 첫인상은 관계의 입구가 될 수 있지만,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은 배려와 신뢰, 대화 속에서 확인한 사람의 모습에 있다. 그분과의 관계는 끝났지만 감정이 의미 없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수수하고 편안한 인상에 끌리며,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의 심리학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정답을 내려 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왜 끌렸고, 어떤 방식으로 다가갔으며, 관계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돌아보게 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첫인상, 만남의 환경, 상대의 행동과 나의 기대가 함께 들어 있다. 시작은 눈길이었지만 사귀고 싶은 마음을 만든 것은 성품이었다. 결국 첫인상은 사람을 바라보게 했고, 반복된 만남은 그 사람을 알아보게 했다.
참고 자료
G. & Aron, R. B. (1968). Attitudinal Effects of Mere Expos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1–27.
Dutton, D. M. Horton, A. P. (1974). Some Evidence for Heightened Sexual Attraction Under Conditions of High Anxie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0*(4), 510–517.
Montoya, R. S. & Kirchner, R. C. & Hendrick, J. (2008). Is Actual Similarity Necessary for Attraction?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25*(6), 889–922.
Hendrick, C., & Hendrick, S. (1986). A Theory and Method of Lo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0*(2), 39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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