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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궁금한 심리학 이야기: 5편 우울 — 실직 뒤, 다시 일상으로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by 늘파란바다 2026. 9.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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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문을 닫았는데, 나는 나를 탓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조선소에 불황이 닥치면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생활비 걱정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까지 겹치자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가족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앞섰다.

당시에는 상담이나 진료를 생각하지 못했다. 이 글은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한 기록이 아니라, 실직 뒤 겪었던 깊은 우울감과 생활의 변화를 돌아보는 이야기다. 우울장애는 기분뿐 아니라 생각과 수면, 식사와 일상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진단할 때는 증상의 기간과 정도, 신체 질환 등 다른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했지만: 우울의 증상과 평가](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depression)

실직 후에는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며 술을 마셨다. 취해 있는 동안에는 걱정이 사라진 듯했지만, 술이 깨면 허무함과 자책감이 더 크게 밀려왔다. 해결되지 않은 현실에 술을 마신 자신에 대한 실망까지 더해졌다. 어려움을 털어놓을 상대도 없어 혼자 감당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음주가 우울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거나 줄이도록 안내한다. 술이 위안처럼 느껴졌다는 기억과 실제 도움이 되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WHO: 음주와 자기돌봄](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pression)

실업급여를 받으며 여섯 달을 보낸 뒤 택배 일을 시작했다. 어떻게든 생활을 이어가려 자책을 더 했을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고된 조선소 생활로 수술받았던 어깨와 무릎이 다시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고통스러웠다.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과 몸이 견딜 수 있는 정도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었다.

돌아보면 실직과 경제적 압박, 몸의 통증과 고립감이 함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도 우울을 사회적·심리적·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며 실직을 관련 요인으로 든다. 당시의 나에게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만 보탰다면, 이미 무거웠던 미안했고 것이다. [WHO: 우울의 관련 요인](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pression)

가장 아쉬운 점은 회사의 사정을 내 가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내가 무능한 가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인지행동치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살피고 바꾸는 연습을 포함한다. 내 경험에 대입하면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고 있는지, 사실과 자책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NIMH: 인지행동치료](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depression)

물론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생활비와 통증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필요한 지원과 치료를 찾는 일도 함께 가야 한다. 가족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은 소중하지만, 어려움의 원인까지 전부 내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과거의 나는 가족을 책임지는 일과 혼자 버티는 일을 같은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책임을 버리는 일은 아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알아야 생활을 이어갈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그때의 나를 의지가 약했던 사람보다 여러 어려움 앞에서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으로 바라보고 싶다.

다시 움직이고 싶게 한 것은 어린 아들이었다. 아이 얼굴을 보면 이바지한다는 바꾸고 싶었다. 당시 일을 하던 아내를 도우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 조금이라도 일을 돕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의 생활에 생겼고 생각이 다시 움직일 힘이 되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아내의 일을 돕는다는 구체적인 할 일이 생겼고,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생겼다. 걱정이 모두 사라진 뒤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작은 역할을 맡는 동안 내 하루에 자책 이외의 경험이 조금씩 들어왔다.

퇴사한 지 이 년쯤 지났을 때 회사에서 다시 일하자는 연락이 왔다.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나도 일터로 돌아갔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힘들었지만 줄였다. 바빠지면서 우울한 생각에 잠기는 시간도 줄었지만, 이를 바쁨 하나의 효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일자리와 생활 여건, 가족과의 관계가 함께 달라지고 있었다.

그 무렵 아내의 몸이 좋지 않아 퇴근 후에는 아이를 돌봤다. 몸은 여전히 편안했고 일터에서 역할뿐 아니라 보면 행복했다. 소원했던 부부관계도 당시에는 조금씩 좋아졌다. 참고 자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도 살아가는 의미가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몸 상태가 허락한다면 잠깐 밖에 나가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 나에게는 가족의 일을 돕는 시간이 계기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나 전문적인 도움이 먼저 필요할 수 있다. [WHO: 자기돌봄 안내](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pression)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는 말도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기 어려운 날에는 할 일을 더 늘리기보다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살펴보면 좋겠다. 일을 해내는 양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듯, 회복의 속도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저하가 대부분의 날에 이 주 이상 이어지고 생활을 어렵게 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기간이 짧더라도 고통이 크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전문가와 상의할 수 있다. 작은 실천이 필요한 치료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NIMH: 평가와 치료](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depression)

누구나 위기를 곧바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도 힘들다는 사실이 내 고통을 작게 만들지도 않는다. 나 역시 자책하던 시간을 지나 작은 역할과 관계 속에서 일상을 이어갔다. 내 곁에도 내가 잘되기를 조용히 바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당시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 할 수 있는 일 하나부터 찾아보자. 지금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다. 잠시 일자리를 잃었다고 당신이 살아온 시간과 사람으로서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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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2024 개정). [Depression](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depression).
*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5. 8. 29.). [Depressive disorder (depression)](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pression).

[](sandbox:/workspace/scratch/MD/궁금한_심리학_5편_우울_2000자.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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