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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궁금한 심리학 이야기 7편 공포 — 수술실 문 앞에서 몸은 왜 먼저 반응할까?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by 늘파란바다 2026. 9. 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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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을 심하게 다쳐 전신마취로 목등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전에도 어깨와 무릎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다. 어깨나 무릎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삶 전체가 무너질 만큼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은 달랐다. 수술이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고 하반신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살면서 가장 강한 공포를 느낀 때였다.

심리학에서는 공포를 가까이 닥쳤다고 느끼는 위협에 대한 정서적·신체적 반응으로 설명한다. 앞선 불안 편에서 살펴본 불안이 아직 오지 않은 결과를 예상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공포는 눈앞의 위험에 몸이 즉각 반응하는 데 가깝다. 그러나 실제 경험에서 둘은 분리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수술 전 ‘마비되면 어떡하지’라고 반복해서 생각한 것은 미래를 향한 불안이었고,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를 시작하던 순간의 압도적인 감정은 공포였다. [APA 심리학 사전](https://dictionary.apa.org/fear)

공포가 강해지면 심장과 호흡이 빨라지거나 근육이 긴장하고, 때로는 몸이 잠시 굳을 수도 있다. 위험에 대처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그 순간에는 차분한 판단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머리로 수술의 필요성을 이해한다고 몸의 두려움까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두려워하는 자신을 겁이 많거나 약한 사람이라고 꾸짖을 필요는 없다.

그 두려움에는 뉴스에서 본 장면도 영향을 주었다. 나는 목등뼈를 다친 뒤 하반신 마비가 남은 사람들의 사례를 여러 번 보았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지만 수술을 앞두자 장면이 나의 미래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직접 겪지 않은 위험도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정보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다만 뉴스가 내 공포의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뉴스 속 사례가 그 위험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찰을 통한 공포 학습 연구](https://academic.oup.com/scan/article/2/1/3/2362880)

당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병원에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없어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누군가 옆에서 손을 잡아 주거나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 줄 수도 없었다. 수술실로 이동할 때 목이 타는 듯이 말랐고, 마취를 시작하는 순간 공포가 가장 크게 밀려왔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정리할 틈도 없이 몇 초 만에 의식이 끊겼다.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수술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려움을 말로 꺼내고 함께 견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공포 속의 고립감을 줄여 줄 수 있다. 당시에는 그 과정마저 혼자 지나야 했다는 점이 더욱 힘들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리가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리에 힘을 주어 보았다. 다리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수술 전부터 머릿속을 차지했던 최악의 장면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때의 안도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술을 겪은 뒤 내 몸에는 장애가 남았고, 지금도 그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당시의 공포를 단순한 착각이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위험은 실제로 존재했다. 다만 공포가 보여 준 최악의 결과가 나의 전부가 되지는 않았다. 장애가 남은 삶에도 내가 다시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었고,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서 수술에 대한 공포도 많이 줄었다.

한 번 강한 공포를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공포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큰 수술을 앞두고 죽음이나 마비를 두려워하는 것은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공포증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의 실제 위험에 비해 공포가 지나치게 크고 오래 이어지며, 반복적인 회피와 고통 때문에 일상생활이 제한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 공포가 무엇을 알리고 있으며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견뎠다’라는 공포증 안내](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phobias-and-phobia-related-disorders)

공포를 이겨낸다는 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의 공포 기억을 완전히 지우거나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는 상태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내게는 수술실의 기억 옆에 ‘나는 가장 큰 수술을 괜찮다’라고 새로운 경험이 더해졌다. 무서운 마음이 다시 생겨도 이전의 변화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안전이 확인된 상황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단계부터 새로운 경험을 쌓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위험이 있거나 몸에 이상이 있다면 먼저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NHS의 단계적 접근 안내](https://www.nhs.uk/every-mind-matters/mental-wellbeing-tips/self-help-cbt-techniques/facing-your-fears/)

사람이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큰 부상과 수술뿐 아니라 부모님의 부고처럼 준비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건도 찾아온다. 걱정을 많이 한다고 모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쌓이지 않도록 생활을 관리하려 한다. 운동이 모든 공포를 없애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돌보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이어 간다는 감각을 준다.

당시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면 ‘무서워해도 참고 자료 말하고 싶다. 두려움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위험 앞에서 나를 지키려는 반응이다. 혼자 견디기 어렵다면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이 두려운지 말해도 된다. 공포 때문에 수면이나 일상생활이 계속 흔들린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배운 것은 두려움 없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아니다. 현실의 위험은 확인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최악의 장면이 삶 전체를 결정하게 두지 않는 방법이다. 가장 두려웠던 수술을 지나온 지금, 나는 공포가 다시 찾아오더라도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살아가고 싶다.

## Olson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Fear](https://dictionary.apa.org/fear). 공포의 개념에 관한 심리학 사전 안내.
*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2025). [Phobias and Phobia-Related Disorders](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phobias-and-phobia-related-disorders). 공포증의 특징과 치료에 관한 공식 안내.
* NHS Every Mind Matters. [Facing your fears](https://www.nhs.uk/every-mind-matters/mental-wellbeing-tips/self-help-cbt-techniques/facing-your-fears/). 회피와 단계적 접근에 관한 공식 안내.
* A. Nearing, I. & Phelps, K. I., & Phelps, E. A. (2007). [Learning fears by observing others: The neural systems of social fear transmission](https://academic.oup.com/scan/article/2/1/3/2362880). 관찰을 통한 공포 학습 연구.

※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심리학 개념으로 돌아본 기록이며 진단이나 치료 지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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