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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궁금한 심리학 이야기 8편 의존 — 누군가에게 기대면서도 나로 살 수 있을까?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by 늘파란바다 2026. 9. 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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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공황장애 우울증으로 힘든어서 나는 남편인 동시에 아버지 같은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느꼈다. 아이를 키우고 경제활동을 하며 공과금을 내고 집안일까지 맡았다.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내가 책임져야 했다. 부부로서 서로 기대고 대화하기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계속 보살피는 관계에 가까워졌다. 아내에게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현실이었지만, 나 역시 지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우울증은 사람마다 증상과 필요한 지원의 정도가 다르다. 질병 때문에 일상적인 도움이 많이 필요했던 것을 미성숙이나 의존적인 성격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가족이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치료와 돌봄을 전부 감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국립 정신건강 연구소는 조현병 치료에서 당사자의 치료뿐 아니라 가족 교육과 지원도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가족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관리하고 대처하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존과 감정을 조현병과 가족 지원 안내](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schizophrenia)

당시의 나는 도움을 구하지 못했다. 퇴근하면 아이를 돌보고 술을 마셨다. 아침이 되면 다시 출근했고, 돌아오면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 술을 마시는 시간만큼은 무거운 책임에서 잠시 벗어나는 듯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이 황폐해졌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한 자리에 술이 들어왔던 셈이다.

심리학에서 의존이라는 말은 여러 뜻으로 사용된다. 사람에게 위로와 도움을 구하는 관계적 보냈고 견디기 위해 술을 반복해서 찾는 방식은 같지 않다. 전자는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게 하는 자원이 될 수 있지만, 후자는 생활과 건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내 경험만으로 임상적인 진단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술이 나를 회복시키는 도움은 아니었다.

결국 아내와는 부부로서 대화하기 어려워졌고 계속되는 보살핌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나는 아내를 처가로 그 기간 이혼했다. 그 선택을 한 가지 이유나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질병의 어려움과 돌봄 부담, 관계의 단절, 내 마음의 소진이 함께 얽혀 있었다. 그때의 나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지만 정작 나를 지킬 방법은 알지 못했다.

이혼 뒤 바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내가 안정될 때까지 아이를 부모님께 맡겼다. 당시에는 아이와 떨어져 있다는 미안함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책임을 포기한 행동만은 아니었다. 무너진 상태에서 억지로 버티기보다 다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한 선택이었다. 혼자 해내는 것만이 책임감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

여행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치료받았다 다니며 안정되었고. 여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생활에서 잠시 떨어져 내 상태를 돌아볼 시간을 주었다. 치료를 이어 가면서 처방받은 약의 도움으로 수면이 자기 결정성 이론에서는 점차 줄일 수 있었다. 전문가의 도움과 처방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는 것은 나약함이나 삶의 주도권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내 삶을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자율성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사는 것과 같지 않다. 도움받아도 다른 사람의 의견과 이해하고 그 선택을 자신이 치료받은 받아들인다면 자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된다’라고 나는 분명 다른 사람에게 의지했다. 그러나 그 도움은 내 결정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다시 생활을 꾸릴 힘을 마련해 주었다. [자율성과 독립의 구분에 관한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12518973/)

친밀한 관계 연구에서는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다는 경험이 오히려 자신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힘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의존의 역설’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상대의 일을 모두 대신하거나 모든 요구를 받아 주라는 뜻은 아니다. 좋은 도움은 당사자가 다시 선택하고 행동할 자리를 남겨 주어야 한다. [의존의 역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17279849/)

마음이 조금씩 안정된 뒤 나는 아이를 다시 데려왔고 둘이 함께 생활하며 양육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아들이다. 아이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도 찾았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내 감정을 책임지게 하거나 나를 구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는 내 삶의 소중한 이유이고, 아이를 돌보는 책임은 여전히 어른인 나에게 있다.

건강한 의존은 한 사람에게 내 삶의 결정과 감정을 모두 맡기는 상태와 다르다.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 역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도 힘든 사람을 지원할 때 자신의 마음을 보호할 수 있는 경계를 세우고, 관계 밖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도록 안내한다. [NHS의 관계 속 지지와 경계 안내](https://www.nhs.uk/every-mind-matters/lifes-challenges/maintaining-healthy-relationships-and-mental-wellbeing/)

과거의 나에게 말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도움받으며 말하고 싶다. 배우자를 돌보는 사람도 지칠 수 있고, 부모도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 아이를 잠시 부모님께 맡긴 일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일도, 약의 도움을 받은 일도 내 삶을 포기한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시 아들을 돌보기 위해 내 삶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기대어 지금까지 버텼다. 동시에 부모님과 의료진에게 참고 자료 다시 아들의 보호자가 되었다. 의존의 반대는 모든 것을 혼자 견디는 고립이 아닐 것이다. 필요할 때 서로 기대면서도 자신의 역할과 선택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돌보는 사람 역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지나온 시간을 통해 배운 건강한 의존의 모습이다.

## 가족 교육

*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Schizophrenia](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schizophrenia). 조현병의 특성과 치료, V. Ryan 및 지원에 관한 공식 안내.
* M. Kim, Y. & Kaplan, R. Fee ney, Y., & Kaplan, U. (2003). [Differentiating autonomy from individualism and independence](https://pubmed.ncbi.nlm.nih.gov/12518973/). 자율성과 독립을 구분한 연구.
* Feeney, B. C. (2007). [The dependency paradox in close relationships: Accepting dependence promotes independence](https://pubmed.ncbi.nlm.nih.gov/17279849/). 친밀한 관계에서 지지와 자립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
* NHS Every Mind Matters. [Maintaining healthy relationships and mental wellbeing](https://www.nhs.uk/every-mind-matters/lifes-challenges/maintaining-healthy-relationships-and-mental-wellbeing/). 관계 속 소통, 지지와 경계에 관한 공식 안내.

※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심리학 개념으로 돌아본 기록이며, 특정 질환을 앓는 사람이나 가족 모두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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