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주로 참는 사람이었다. 부당하다고 느끼는 요구를 받아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 나면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힘들었지만,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는 일도 힘들었다.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은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했고, 그 관계 안에 있는 나의 마음도 살펴보게 했다.
예전의 나는 참았다는 사실보다 거절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마음이 쓰였다. 내 뜻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미 마음이 불편한데 그런 자신까지 미워하니 힘이 더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받아주는 일이 필요했다. 내 마음을 외면한 채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애쓰는 동안, 정작 나는 나 자신과 잘 지내지 못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우울감과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던 때였다. 마음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내게 용기를 주었다. 책을 읽으며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살아온 시간을 이전과 다른 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천 개의 공감』은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로 이어진다. 나는 그 네 부분이 내 삶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나를 이해하는 마음은 가족을 바라보는 태도에 영향을 주었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커졌다. 관계 맺기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도 결국 먼저 돌아보게 되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특히 달라진 점은 예전의 부족하고 부정적인 모습까지 사랑하려는 마음이다. 거절하지 못했던 나를 계속 싫어하고 있으면 과거의 모습에 붙잡힐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살았고, 지금의 나는 다른 선택을 배워가고 있다. 지난날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앞으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실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타인의 부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한다. 내 마음과 형편을 살펴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판단한다. 거절할 때는 정중하게 뜻을 전하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일과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일을 함께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참은 뒤에 나를 싫어했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사람들을 대하려고 한다.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돈을 차라리 주겠다고 한다. 도움을 주더라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을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내 형편을 넘어서는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이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하다. 이 기준을 떠올리면 돈의 액수보다 내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아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소중하지만, 내 삶을 유지할 책임도 나에게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을 정해두면 도움을 주겠다는 선택에도 내 뜻이 담긴다.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련한 이런 기준은, 사람을 대할 때 내 마음과 현실을 함께 생각하게 해준다. 모임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을 때도 비슷하다. 내가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다만 거절은 정중하게 한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억누르며 참석하기보다 나의 선택을 분명하게 전하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 자리에 가고 싶은지 살펴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돈을 부탁받는 일이나 모임에 초대받는 일은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평범한 상황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상황에서 내 뜻을 표현하는 일이 중요한 변화였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보다, 내 마음을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었다는 말이 더 가깝다. 상대의 부탁을 듣고 내 생각도 들어보는 시간이 생겼다.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나의 의사에도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정중하게 거절한다는 말에는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가 담겨 있다. 내 뜻이 중요하듯 상대도 존중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서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 한다.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해심과 배려가 생겼다는 변화는 이런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소중한 변화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 나의 마음도 함께 바라본다. 상대에게는 상대의 사정이 있고, 내게는 나의 사정이 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속에 나를 배려하는 마음도 들어갈 수 있다. 예전의 부족한 모습까지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다고 느낀다. 자신을 미워하던 시절보다 마음을 조금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변화를 정신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진 것 같다고 표현한다. 나를 싫어하는 마음에 머무르던 때와 비교하면 내 안에서 쓸 수 있는 힘이 세졌다고 느낀다. 예전의 부정적인 면까지 사랑하게 되면서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도 한다. 그 좋은 일은 일상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을 쓰며,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힘이 생겼다. 그 힘은 창조적인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지금 나는 세 시간 동안 글을 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이렇게 『천 개의 공감』을 읽고 달라진 삶을 돌아보는 일도 그 글쓰기의 일부다. 예전의 나를 미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시간을 글의 재료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의미가 있다. 살아온 경험을 내 말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참았던 모습도, 거절하게 된 모습도 내 삶의 일부다. 그 변화의 과정을 글로 남기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이 내게 준 힘은 읽는 순간의 위로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책을 읽은 내가 다시 내 삶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참 소중하다. 나는 운동에도 세 시간을 쓴다. 글쓰기와 운동에 내 시간을 들이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 마음을 표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지 선택하는 일 역시 중요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글과 운동에 시간을 쓰고 있다. 마음의 힘이 창조적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말할 때, 나는 이렇게 달라진 내 생활을 함께 떠올린다.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은 내게 아주 큰 변화다. 예전에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며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힘이 되어준다. 내 삶에 대한 존중이 생기니 나의 판단과 의사도 존중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서 나 자신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랐다. 힘들 때면 나는 이 책을 다시 펼친다. 마음이 어려울 때는 스스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관계를 바라보는 생각을 가다듬는다. 처음 읽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책을 읽어도 떠올리는 경험은 달라질 수 있다. 나에게 이 책은 내 마음과 삶을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소중한 책이다. 사람들과 지내는 방식도 그 안에서 다시 생각한다. 『천 개의 공감』을 읽고 나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을 내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원하지 않는 모임에는 가지 않으며, 내 뜻을 예의 있게 전한다. 그 바탕에는 예전의 부족한 나까지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다. 나는 그 마음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나의 삶도 돌보고 싶다. 오늘도 글을 쓰고 운동하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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